작성일 : 07-03-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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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상호비난을 지켜보노라면, 어릴 때 동무들과 패거리를 지어 서로 놀려대며 장난치던 기억이 난다. 우리 패거리가 다른 패거리 보다 앞서게 되면 “앞에 가는 신사 뒤에 오는 거지”라고 놀렸고, 뒤쳐진 패거리들은 “앞에 가는 도둑놈 뒤에 가는 순경”이라고 놀렸다. 돌이켜 보면 이는 패거리를 지어 상대를 매도하는 오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 흔히들 “너도 내 입장 되어 보라”는 말들을 예사로 쓰면서도 정작 본인은 상대의 입장이 되기를 거부한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고, 경우는 다르지만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은 한결 같이 자기중심적 사고를 꾸짖는 표현이다. 사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주변 사람에 대해서는 인색하기 쉽다. 자기 잘못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의 조그만 잘못에도 눈을 부라리기 일쑤다.
흔히들 자기중심적 사고를 빗대어 말할 때 “내가 하면 로맨스요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조상 탓이요, 내가 성공하면 내 잘난 탓이라 생각한다. 인도 속담 중에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만일 상대가 자기 관점을 주장하면 고집이라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개성이라고 말한다. 만일 상대가 친절하면 나로부터 무엇을 얻기 위해서라 하고, 내가 친절하면 그것은 나의 좋은 성격 때문이라 한다.” 자신에 대하여는 관용하고 남에 대하여는 철저한 것, 그것이 보통 인간의 모습이라면 자신에 대하여는 철저하고, 남에 대하여는 관대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일까?
자기가 생활의 중심이 되면 모든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안정감, 지침, 지혜, 역량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은 편견을 낳고 편견은 정신건강을 파괴한다. 아들러(Adler)는 정신건강의 핵심조건으로 사회성을 제시했다. 사회성은 곧 바람직한 상호관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상호관계는 서로 자기중심적 사고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 보는 것이다. 즉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는 것으로 허버트 리드(Herbert Reed)는 이를 “순수한 눈”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돌아보면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 잡지 못하는 인식과 관행의 지체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분법적 가치에 의해 배제된 존재를 향한 무차별적 폭력성이 난무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세상을 “우리”와 “저들”로 나누고 “우리는 선(善)이요 저들은 악(惡)”이라는 식으로 전투적 풍토를 조장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반쪽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기중심적 논리에 갇혀 타자와의 관계라는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진정 행복한 사회를 원한다면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자기중심적 이중 잣대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피차 오십보백보임을 깨닫고 상대를 배려하고 타협할 수 있는 지혜가 간절한 세상이다.
자료제공:news.icro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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